
이리저리 정신없던 한주를 보낸 지난 금요일에 봉천동 아나고야를 찾았습니다.
워낙 유명하고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서 단골 손님과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봉천동으로 가기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이태원 커피 리브레에 잠시.
이태원 카페는 공간도 넓직하고 여유로워서 연남동과는 다른 매력이 있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일행을 기다렸다가 봉천동으로 출발했습니다.
봉천역에서 내려 시장골목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조금 큰길이 나오고 봉천동 명소 신기루 황소 곱창과 나란히 있는
아나고야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군산에 출장갔을때 먹었던 아나고탕과 비슷한 느낌인데 펄펄 끓으면서 나오지 않아서 먹기 좋네요.
흔히들 생각하기로는 육회로 먹는 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고기를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완벽하게 뒤엎는 고기였습니다.
체온 때문인지 불에 굽지 않아도 입안에서는 꽤 고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두가지를 한점씩 맛봤는데 아랫쪽의 고기는 좀 더
기름진 느낌이었고 위쪽에 보이는 고기가 먹기엔 좀 더 편한 느낌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먹어 볼만한데 아무 차돌박이나 회로 먹을 수는 없을테니 쉽게 접하기는 힘들겠죠.
합정동 랑에서도 낙지 탕탕이라는 메뉴로 맛있게 먹었었는데 아나고야에서도 만나볼 수 있네요.
랑보다는 조금 더 진한 양념이지만 맛은 빠지지 않습니다.
아나고야는 아나고 구이나 회가 워낙 임팩트가 강하지만 육낙도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였습니다.
세꼬시로 썰어먹는 방식이 아닌 포를 뜨는 방식의 아나고회는 연남동 바다회사랑에서도 맛본 적이 있긴하지만
좀 신기했을뿐 별로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나고야의 회는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줬습니다.
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러가지를 한두점씩 먹는걸 선호했었는데 여기에서는 한접시 가득있던 아나고회가 부족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먹고 왔습니다.
회를 다 먹어갈때 쯤 불이 잘 붙은 숯이 가득 담긴 화로가 올려집니다.
단골도 드물게 볼 정도로 큰 사이즈의 아나고라고 합니다. 일부만 올려놔도 이정도이니 손질하기 전에 봤으면 어느 정도였을지..
흔히 하는 얘기로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절감했습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두툼하면서도 탱탱한 살과 씹을때마다 껍질과 살 사이의 기름기가 쏟아지는데 정말 행복해지는 맛이었습니다.
메뉴에는 없는 음식인데 단골분이 따로 부탁 드린 음식이라고 합니다.
일행 모두가 정신없이 아나고 구이를 먹고 있을때 뒤에서 뭔가 부치는 냄새가 나긴 했었는데 그게 육전이었네요.
바로 부쳐낸 육전은 생선전 못지 않게 아니 그이상으로 맛있죠.
역시 메뉴에는 없고 따로 부탁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간장 양념으로 단맛나게 조린 아귀인데 생물을 썼는지 살이 워낙 탱탱해서 배가 부른 와중에도 계속 집어 먹게 만들더군요.

홍어 전문점에서도 왠만한 단골 아니면 안내준다는 홍어애를 이렇게 푸짐하게 내주시다니 단골 덕분에 이런 호강을 하게 되네요.
진한맛의 애와 달콤한 와인이 의외로 나쁘지 않네요. 식사의 마무리로도 괜찮았구요.
아나고야도 전에는 예약을 받았었는데 노쇼와 취소 문제가 심해서 단골에 한해서만 예약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일이 지나도 자꾸 생각나는 아나고회와 구이 때문에 곧 다시 가게될 것 같습니다.
아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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